[책]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 : 어느 개발자의 직장 생활에 대한 보고서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 : 어느 개발자의 직장 생활에 대한 보고서’

이 책은 내가 사회 초년생 때, 단순히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서점에 가서 “개발자” 혹은 “컴퓨터 공학”에 관련된 책을 사 들일 때 샀던 책 중 한 권이다. 물론 읽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서 책장 속에 다른 책들과 남겨져 있었다. 인문학이면 인문학, 기술이면 기술 책, 소설이면 소설을 읽어왔지만 뭐랄까 부제목 때문일까, 어중간한 성격의 책 같아 항상 있는 것은 알았으나 꺼내보지 않고 있었다. 주말에 뭘 읽을까 하고 책장을 보던 중 “직장 생활에 대한 보고서”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들어 이직을 하게 되면서 “직장”과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최적화되었다” 할 만큼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전 회사를 떠나 어찌 되었든 아직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의 새직장의 환경은 크고 작은 부분에서 날 힘들게 한다. 좋고 나쁜 것을 떠나 어쨌든 적응 기간이다.

아마 이 책을 샀을 당시, 즉 내가 사회 초년생일 때 읽었다면 크게 와 닿지 않았을 것 같다. 경험도 부족하고 개발자가 뭔지도 잘 몰랐고. “개발자”의 이야기지만 어쨌든 직장인 에세이 느낌의 책이다. 하긴, 더 나에게 크게 다가왔던 건 진정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기 원하는 “곧은 나무” 스타일의 저자가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일 거다. 또, 개발에 대한 열정과 일중독 이 사이에서 내 욕심을 채우면서도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내 고민과 너무 잘 맞아떨어져 정말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물론 모든 상황이 저자와 같은 것은 아니다. 사실 내 상황은 귀여울 정도의 불평들 뿐일 거다. 하지만 누구나 그러하듯 자기 자신의 고민이 가장 심각하고 내 문제가 가장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법. 여러 역경과 상황을 지나 자신이 배운 점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끝나는 책을 보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그리고 겪는 어려움에서 배울 것을 배우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할 수 있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집트 여행의 꿈을 실현한 직원처럼 회사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걸 얻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회사 돈을 회사 규정을 어겨가며 자신의 쌈짓돈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회사에 가치를 제공해 주는 사람들이 바로 회사를 놀이터로 사용하는 이들이다.

: 개발을 하는 게 즐거운 사람에게 테크 회사란 놀이터 같은 존재. 즐겁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따라주어야겠지만.

그리고 나보다 일을 더 잘하는 동료가 있을 때 그 동료를 보면서 저 동료보다 조금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동료 실력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사차원 벽 너머에 있다면 경쟁 자체를 피하게 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그 동료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확실히 그 동료와 경쟁하면서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애살을 갖도록 자극한, 참 고마운 동료들이다.

: 요즘은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일방적으로) 동료를 찾을 수 있어서 참 좋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