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자리의 복잡도

며칠 전 지인을 만나 새로운 회사에서의 리더 자리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누던 중 받은 질문은 "팀원이 총 몇 명인 데요?". 무슨 장 혹은 무슨 리더 직책이신 분들과 이야기 나눌 때 나도 자주 하는 질문인 것 같다.

크고 작은 회사에서 각기 다른 크기의 팀과 함께 했던 과거를 돌아볼 때, 조직원의 수 그 자체가 복잡성을 모두 대변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분명 사람 수는 적은데 모두를 더 힘들게 하는 곳도 있고, 사람은 꽤 있었지만 크게 신경 안 써도 우당탕탕 잘 굴러가는 곳도 있었다.

그럼 그 자리를 복잡하게 했던 요소들은 뭐였을까? 이 요소들을 파악하면 각각에 대한 전략도 짜고, 더 체계적으로 복잡도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

# 팀 도메인의 특이성

팀이라는 게 유기적이라 무 자르듯 나눌 수는 없지만 크게 두 분류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환경마다,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고 따로 예시를 쓰기 조심스럽다.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팀이 있다면 맞다. 그걸꺼다.

  • 정답지 노출 팀 : 꼭 이뤄야 할 목표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더 빠르게 이뤄내야 하는 것이 있음. 흔히 말하는 머리는 여유로운데 몸이 바쁜 팀. 속도 조절을 도와가며, 지쳐 쓰러지지 않게 돕는 게 중요. 위 보고 시에도 꽤나 심플하고, blocker가 나타나더라도 명확한 편이라 도움 요청을 하거나 부탁도 명확하다.

  • 정답지 없는 팀 : 대부분의 신사업팀.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그리고 하는 게 맞을지에 대한 막연함이 크다. 팀원들을 이끌기도 쉽지 않으며 위 보고 시에도 너무 자유 주제라 정돈과 고민이 많아진다. 재미는 있지만 길 잃기도 쉬운 편.

당연하지만 정답지가 없고, 가능성이 너무 열려있으면 복잡도가 올라간다. 복잡도를 내리기 위해서는 팀의 목표 scope을 일단은 작게 잡아 small wins를 늘리며 정답지를 하나씩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 직속 위/아랫사람 수

리더의 팀원수보다 더 복잡성을 대변하는 숫자는 직속 팀원과 직속 보스의 수 일 것 같다. 회사가 커져갈수록 하위 조직을 더 나누어 중간 관리자를 만드는 것 역시 이 복잡도를 낮추기 위함일 것.

팀의 모든 조직원들과 다 소통하거나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면 팀을 세분화하여 직속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를 줄임으로써 좀 더 체계를 단순화할 수 있다.

그럼 위의 보스의 수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제거 밖에 없는 것인가

# 조직도 내 층수

회사가 아무리 작더라도 우리의 팀이 C레벨과 가깝다면 복잡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회사 운영이라는 아주 복잡한 시스템과 가까워질수록 노출되는 정보의 양이 늘어나고 못 본 척하기 어려워진다.

# 협업해야 하는 조직의 수

조직도 구성에서 이어지는 요소인데, 나와 같은 레벨의 다른 팀/리더들의 수 역시 복잡도 증가에 꽤나 영향을 많이 주었다.

현대 회사에서, 특히 IT업에서의 협업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지만, 실제 업무자로서의 협업과 팀과 팀의 협업 내 리더의 자리는 다르게 느껴진다. 훨씬 더 관계를 잘 만들어야 하고, 부탁하는 게 있다면 나도 내어주는 게 있어야 하고.

다만. 이 복잡도는 미래에 대한 투자 그리고 우리 팀과의 관계 역시 이어지기 때문에 단순화를 목표하기보다는 효율화를 목표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자잘한 도움보다는 확실하고 나의 성과 그 팀의 성과 모두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건강한 관계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구성원들의 성향 차이

위 모든 요소들에 모두 영향을 끼치는 가장 무서운 요소라 생각한다.

성향이 비슷하다면 O(log n) 숫자가 늘어도 복잡도는 스무스하게 오르지만, 성향이 다르다면 O(n^2) 하나하나의 카운트가 오를 때 그 복잡도가 가파르게 오르게 된다.

복잡성을 낮추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 리더가 중간자 역할을 하는 방법. (커뮤니케이션, 논의 결과 내기 등)
  • 팀원들이 너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 오히려 부딪히고 서로 상처가 날 수 있으니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나누어 본인의 구역을 확실히 나누는 방법.
  • 구성원을 바꾸는 방법. (타 팀과의 논의나 새로운 채용)

가장 영향력이 큰 요소인 만큼 방법 하나하나가 참 조심스럽다. 정답도 오답도 없고, 만병통치 솔루션은 더더욱 없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모두의 고민이 되어야 하고, 어쩌면 조금은 과격한 방안들도 나올 수 있다.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 이야기인데, 최근에 복잡하고 큰 문제들을 자르고 문제를 명확히 하고 각각에 대해 생각하는 거에 빠지다 보니 도대체 나는 리더로 어떻게 더 잘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좋은 리더, 나쁜 리더를 누가 정할 수 있을까.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해낸 리더와 해내지 못한 리더는 결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단순해져야 하고 자신이 처한 자리 역시 단순하고 명료하게 정의 내려야 진짜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아직도 복잡한 내 위치를 내일은 조금 더 정돈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