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개발자로 살아남기'를 읽고

(ref: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645204 (opens new window))

작년 탈잉 월간 코드리뷰 (opens new window)을 통해 개발자 성장이라는 주제로 평소 존경하던 개발자분들과 함께 웨비나의 시간을 가졌었다.(탈잉 발표 후기 (opens new window)) 각자 만의 성장 경험 그리고 그 안에서 느꼈던 점들을 나누었다. 나는 기술 발표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른 연사자분들은 지식 공유, 오픈소스 참여 등의 다채로운 주제들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각 발표 이후 참여자분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아무래도 주제인 커리어 성장에 대한 고민들과 성장 방법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큰 맥락에서 연사자들은 모두 "왕도가 없다"라고 대답했다. 왕도는 없고 그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정도"가 있을 뿐. 그럼, 개발자 커리어 성장에 정도란 무엇일까?

이 책은 아주 친절하게 개발자 커리어 정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패스트캠퍼스) 개발자로 살아남기: 30년을 주도하는 9가지 필수기술 (opens new window) 강의를 바탕으로 쓰인 책으로, 개인적으로는 동영상 강의보다 책이 더 좋았다. 글을 읽다가 중간중간 멈추어 나의 경험 그리고 지난 개발자로서 살아온 시간들을 뒤돌아보고 생각하기에 좋았다.

성장하는 10년, 리드하는 10년, 서포트하는 10년.

누군가는 좀 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과정들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더 길게. 모두 각자의 속도가 있으니까.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들은 절대적인 10년이라는 시간보다는 순서와 방법들 일 것 같다.

조직 규모에 따라 혹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개발 지식이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개발 팀을 이끈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리딩 스킬 없이 비지니스, 사업과 같은 너무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충분한 개발 지식이 있을 때, 적절한 설계 혹은 기술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다양한 성과물을 만들어 보았을 때, 비지니스 니즈에 따라 어떤 것들을 만들 수 있는지, 혹은 만들 수 없는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개발자로 성장할 때 꼭 경험했으면 하는 것, 리딩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참고하면 좋을 것들, 그리고 큰 비지니스에서 책임을 갖게 되었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박종천 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꼼꼼히 집어주고 있다.

커리어라는 것이 답이 없기에 누군가는 훈수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살다 보면 막막한 순간이 올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 저자님의 경험을 치트키로 써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읽다 보면 많은 분들이 느끼겠지만, 개발자가 쓴 책 같다 ㅎㅎ 나쁜 뜻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체계가 잘 잡혀있고 글의 호흡이 짧다. 줄 글로 쓰여 있지만, 마크다운 형식으로 바꿔서 wiki에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마크다운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술술 읽히고, 중간에 흐름이 끊겼다가 다시 읽어도 바로 본문으로 진입할 수 있어 좋았다.


읽으면서 나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의 지난 10년의 경력을 돌아보았을 때, 운 좋게 다양한 경험들을 해볼 수 있었다.

경력 6년차 까지는 엔지니어링 실력이 아주 뛰어난 팀들에 속하여 다양한 스킬들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냈었다. 새로운 기술과 개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레이더를 장착시켜주었고, MOOC나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항상 스터디하는 팀 문화를 습관화 시켰으며, follow 해두면 좋은 개발자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또,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을 시키는 시니어들 아래에서 고통받으며(당시 때는 발표 준비 하나하나가 너무 괴로웠다 사실.)여러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많은 성장을 했다. 팟캐스트 호스트, 커뮤니티 활동 등 정말 다채로운 활동들을 많이 해봤다.

8년 차까지는 솔루션 엔지니어로 일을 하며, 비개발직군과 한 팀으로 협업할 수 있었다. 개발팀만으로 돈 버는 건 불가능하다 정말. 잘 만든 프로덕트는 나가서 팔아야 하고 누군가 써 주어야 보배가 된다. 직접 영업 필드로 나가서 클라이언트와 만난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클라이언트를 직접 교육하고, 그들의 니즈를 정리하고 내가 직접 만들며, 회사 밖의 시장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또, 운 좋게 미국계 회사여서 영어로 일하고, 다양한 국적의 동료와 매니저와 지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몸소 직접 습득하게 되었다. 사실 그땐 remote로 일하던 것이 참 싫었는데, 코로나 이후 지금과 같이 피할 수 없는 재택근무가 지속되는 상황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지금 싫은 게 나중에 어떤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

10년 차가 된 지금은 테크 리더로 일하며 내가 코딩에 집중하는 것보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업무 시간에는 커뮤니케이션 혹은 코드 리뷰, 의사 결정에 시간을 많이 쏟고, 정작 내 코딩 업무는 퇴근 후에 대부분 이뤄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배우는 것들이 정말 많다.

그동안은 공부해 왔던 것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다가 내가 짜는 코드에 조용히 녹아 들어왔다면, 이제는 그것을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통해 혹은 공유를 통해 글이 되고 말이 되어 주변 사람들의 지식으로 가지를 치며 넓어져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이 과정이 사실 느리게 이루어져 간혹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지난 일 년을 돌아 보았을 때, 나 혼자였다면 절대로 이루지 못할 만큼 프러덕트가 성장하였다. 나 혼자 하였다면, 뭐 야근을 하며 해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과 같은 건강은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항상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한때 누군가에게 개노답이었다. 지금의 나도 어쩌면 아직 개노답이다. 내가 받았던 것들을 나누고, 계속 도움 받고, 그 안에서 성장하자.


우리의 시간과 리소스는 한정적이고 성장하고자 하는 갈망은 너무 크다. 이를 소화하려면 남의 경험을 어떻게 해서는 뽑아내는 방법밖에 없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해본, 오랜 시간 개발자의 시간을 걸어온 박종천 님의 인생을 슬쩍 엿보자. 모든 이야기가 답은 아닐 것이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많이 다를 수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의 진짜 경험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것이다.

개발자 커리어의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멘토가 되려는 사람, 면접관을 시작하려는 사람, 리더로 넘어가려는 사람, 개발팀 이외에 더 다양한 직군을 책임을 지는 자리로 넘어가려는 사람.

나와 다른 자리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개발자분들의 이야기를 앞으로 더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