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짓거 한 번 해보죠"

즐겨듣던 팟캐스트 "듣똑라"(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에 구글 디렉터로 일하고 계시는 정김경숙 님 (opens new window) 50살이 되던 해에 한국에서 실리콘밸리로 떠나게 된 이야기를 다루어 주셨다.

미국 직장 생활에 있어서 영어가 어렵고, 또 많은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서 주눅들었다는 아주 솔직한 이야기부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50이니까 못간다가 아닌 나이 50이니까 간다. 지금 아니면 언제가?'와 같은 열정을 발산하는 모습까지. 정김경숙님의 에너지가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꾸준히 하는 것은 당연히 힘든 것. 작심삼일을 여러번 하면 되는 것. 중요한 것은 "방향성". 이번주에 못했으면 다음주에 잘 하면 되는 것. 등 도전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비교와 좌절이 아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최근 정말 영광스럽게도 트위터 인싸 박현우님께서 트위터 스페이스 #신용개발 (opens new window)에 초대해주셔서 나의 지난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가볍게 나누었다. 그 때 대부분의 커리어와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의 결론은 에반게리온 신지짤(...)로 끝났는데, 생각해보면 항상 큰 걱정없이 "까짓거 한 번 해보죠" 하며 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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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그냥 해보기는 인생을 매우 피곤하게 만들긴 한다. 주말에도 마음 편히 못보낼 때도 있고, 잠을 줄여야 할 때도 있고. 그래도 내 성격이 이런걸 어쩌겠나. 이런 시간들을 보내고 뒤돌아보면 그래도 꽤 배운점들이 있는 것 같다.

# 생각보다 별 일 아님

할까말까 고민의 가장 큰 두가지 이유는 아마도 1.실패할까봐 2.실패했다가 쪽팔릴까봐 인것 같다.

    1. 실패할까봐 : 원래 안 해본 것은 실패가 기본 아닐까? 물론 타고나는 기질, 성격, 능력치들이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내가 다시 태어나는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이라면 그냥 인정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 것 밖엔. 물론 불평도 할 수 있고 짜증도 낼 수 있지만, 결국 그렇게 화가 난다는 것은 내가 갖고 싶고 또 성공하고 싶어서 그런 못난 마음이 피어나는거 아닐까? 이러한 마음이 든다면 돌돌콩님의 비디오 (opens new window)를 추천한다. 도전은 당연히 괴롭고 즐겁지 않다.
    1. 실패했다가 쪽팔릴까봐 : 누군가는 흑역사 박제라고도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의 흑역사에 관심이 없다. 나도 남의 흑역사에 관심없고, 잘하는 사람들의 멋진 모습만 따라가도 트위터 타임라인은 바쁘게 업데이트 된다.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기

이것 저것 자꾸 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으니 그만큼 검색도 많이 하고 따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참 많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났나 하고 찾아보다보면 열등감 그리고 질투심이 불타오르게 된다. 모든 인간이 다 그렇지 않을까? 근데 잘 찾아보면 다들 그 나름의 노력과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알고 보면 그 사람도 오랜 시간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간 자리인데, 나는 그저 그 위치만 보고 한번에 그 곳까지 뛰어 올라가고 싶어했던거 아닐까? 사실 나도 지금 당장 하나의 계단은 올라갈 수 있는데.

영어 잘 하는 사람이 부러우면, 어쩔 수 없지. 매일 전화영어로 단련하는 수 밖에.

# 할 거면 잘하기

매일 이빨을 닦지만 세계 제일로 잘 닦는 사람은 별로 없다. 뛰어난 이빨 닦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언제 가장 잘 닦을까? 치과에서 의사 선생님께 혼나고 나서다. 의식적으로 이빨을 잘 닦으려고 가장 노력하고, 또 다시 힘든 치과 치료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지만, 까짓거 해보는거 최선을 다해서 잘 해보자. 솔직히 시간, 에너지 모든게 다 나의 리소스 사용이다.

최선을 다하여 실패해야 나아진다.

# 실패를 실패로 끝내지 않기

(ref : https://twitter.com/translate_ghost/status/1550371059693600768?s=21 (opens new window))

최근에 많은 논의가 오고 갔던 트윗이다. 나는 여기서 저 후배인 적이 있다. 예전에 지금보다 코딩 실력이 좋지 못하던 시절, 나름 야심차게 프로젝트 하나 맡아서 바닥부터 짜잔 하고 만들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버그는 점점 찾기 어려워져가고, 기능 하나 추가에도 너무 힘들어져갔다. 결국, 팀 내 시니어 분께서 전면적인 리팩토링을 하였고 오프라인 코드 리뷰 시간을 가져 어느어느 부분을 고쳐주었는지 모두 설명해주셨다. 무려 1:1 코드리뷰도 아닌 팀 전체가 와서 어떤 식으로 코드들을 응집시킬지, 어떤 추상화를 하였는지 등 찬찬히 바닥부터 알려주셨다. 그 때 쪽팔림은 진짜 회사 그만 두려고 했다. 지금은 이렇게 그냥 쓰지만 진짜 너무 쪽팔려서 며칠동안 우울함에 그 코드만 계속 바라봤다. 눈물이 차오르는 걸 겨우 겨우 참아가며 그 코드를 계속 보고 보고 또 봤다. 그리고 고쳐준 시니어분께 계속 찾아가 물어보고 그 분의 다른 작업분도 찾아봤다. 그렇게 그냥 참아 내며 보냈다 그 시간을.

존경하는 그 분과는 지금도 같이 밥먹고 연락하는 친구 사이다. 돌이켜보았을 때, 정말 정말 다행이다 싶은건, 그 때 회사 그만뒀으면 이렇게 뛰어난 개발자의 가르침을 못 받았을텐데!! 나란 녀석 그때 잘 이겨냈어!!

여전히 나는 그 분보다 코딩을 못 한다. 그래도 그 과거의 나보다는 잘하지 않을까?

# 어찌저찌 한번 해내면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

위에도 이야기 했었지만, 대부분 처음 해보는 건 실패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또 노력하다보면 어찌저찌 성공하기도 한다. 물론 맘에는 안들겠지. 근데 그렇게 50% 정도쯤의 성공을 하게 되면, 50%가 뭐라고 경험이 되고 경력이 된다.

임포스터 신드롬, 가면 증후군. 현재 가지고 있는 지위나 역할이 자신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하면서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고 있고, 언젠가 그 기대치에 불응하게 될 것을 두려워 하면서 나타난다.

살다보면 정말 운이 좋게, 좋은 자리 혹은 분에 넘치는 기회들을 얻기도 하고, 나의 실력을 과대평가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견디는 것도 그냥 그런대로의 성공까지만이라도 해낸다면. fake it til you make it 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분명 그 다음에는 그 자리에 어울리는 아니 더 좋은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건강은 필수

사실 모든 열정의 기반은 에너지 아닐까? 무슨 말을 더 더할 수 있을까? 운동, 잠, 밥으로 연료를 계속 채워줘야 뭐든 해볼 수 있다. 그게 밥이든 죽이든.